⚽ 1982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3무로 시작해 브라질을 무너뜨린 로시의 대회

1982년 7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월드컵 결승에서 이탈리아와 서독이 만났다. 이탈리아는 1938년 이후 44년 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었고, 서독 역시 세 번째 월드컵 정상에 도전하고 있었다.
결승에 오르기까지의 과정만 보면 이탈리아는 처음부터 우승 후보처럼 보였던 팀이 아니었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폴란드와 0-0.
페루와 1-1.
카메룬과 1-1.
3무.
승점도 카메룬과 같았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간신히 다음 라운드에 올라갔다.
그 팀이 몇 주 뒤 월드컵 트로피를 들었다.
파올로 로시는 골이 없었다
1982년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온 선수 가운데 한 명은 파올로 로시였다.
로시는 1978년 월드컵에서 이미 세 골을 넣으며 이름을 알린 공격수였다. 하지만 1982년 대회를 앞두고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베팅 스캔들 관련 징계로 오랫동안 공식 경기를 뛰지 못했고, 월드컵 직전에야 다시 실전에 돌아왔다.
엔초 베아르초트 감독이 그를 대표팀에 넣자 비판도 많았다.
실전 감각이 부족해 보였고 실제로 조별리그에서도 골이 나오지 않았다.
폴란드전 무득점.
페루전 무득점.
카메룬전 무득점.
이탈리아 언론에서도 로시의 경기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중계를 보면 공격수가 몇 경기만 골을 넣지 못해도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는데, 당시 로시는 월드컵 본선에서도 침묵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 선수를 베아르초트 감독은 끝까지 선발에서 빼지 않았다.
다음 조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있었다
당시 월드컵은 지금과 대회 방식이 달랐다.
1차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다시 세 팀씩 묶어 2차 조별리그를 치렀고, 각 조 1위만 준결승에 올라갔다.
이탈리아가 들어간 조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
그리고 지쿠, 소크라치스, 파우캉, 세레주가 뛰던 브라질.
첫 세 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던 이탈리아가 살아남기에는 가장 어려운 조처럼 보였다.
첫 상대는 아르헨티나였다.
당시 21세였던 디에고 마라도나도 선발로 뛰었다.
이탈리아는 마르코 타르델리와 안토니오 카브리니의 득점으로 2-1 승리를 거뒀다.
대회 첫 승.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팀이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처음 승리를 기록했다.
그다음 경기가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은 비겨도 됐다
1982년 7월 5일 바르셀로나 사리아 스타디움.
브라질은 이탈리아와 비기기만 해도 준결승에 올라갈 수 있었다.
대회 경기력도 브라질 쪽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브라질은 소련을 2-1, 스코틀랜드를 4-1, 뉴질랜드를 4-0으로 이겼다. 2차 조별리그에서도 아르헨티나를 3-1로 꺾었다.
공격진에는 지쿠와 소크라치스.
중원에는 파우캉과 세레주.
당시 브라질은 1970년 이후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대표팀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반면 이탈리아는 수비적인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리고 로시는 아직 이번 월드컵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었다.
5분 만에 끝난 침묵
경기 시작 5분.
카브리니가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로시가 수비 사이에서 뛰어올랐다.
헤더.
골.
이탈리아 1-0 브라질.
로시가 이번 월드컵에서 기록한 첫 골이었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대표팀 무득점도 이 장면에서 끝났다.
하지만 브라질은 금방 따라왔다.
전반 12분 지쿠가 수비 사이로 패스를 넣었고 소크라치스가 오른쪽에서 골문 쪽으로 들어왔다.
슛.
1-1.
브라질에게는 이 점수만 유지해도 충분했다.
세레주의 패스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25분.
브라질이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고 있었다.
토니뉴 세레주가 중앙으로 패스를 보냈다.
그런데 로시가 그 길을 읽었다.
공을 가로챘다.
바로 슈팅.
2-1.
로시의 두 번째 골.
브라질은 다시 공격했다.
한 골이 필요한 것은 이탈리아였지만 경기를 주도한 쪽은 여전히 브라질이었다.
후반 23분.
주니오르가 왼쪽에서 들어왔고 파우캉에게 공을 연결했다.
파우캉이 수비를 앞에 두고 왼발로 강하게 때렸다.
2-2.
다시 동점.
이 상태라면 브라질이 준결승에 올라갔다.
세 번째 골
후반 29분.
이탈리아가 코너킥을 얻었다.
브라질 수비가 공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했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 슈팅이 나왔고 공이 로시 앞으로 흘렀다.
로시가 방향을 바꿨다.
골.
3-2.
해트트릭.
월드컵 첫 세 경기에서 골 하나 없던 선수가 브라질을 상대로 세 골을 넣었다.
브라질은 이후 계속 공격했다.
마지막에는 오스카르가 결정적인 헤더를 시도했지만 디노 조프가 골라인 앞에서 잡아냈다.
종료 휘슬.
이탈리아 3.
브라질 2.
비기기만 해도 올라갈 수 있었던 브라질이 탈락했다.
이 경기는 지금도 축구 역사와 월드컵 기록에서 1982년 대회를 대표하는 경기로 남아 있다.
로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브라질전 해트트릭이 우연이었는지는 바로 다음 경기에서 확인됐다.
준결승 상대는 폴란드.
로시가 다시 두 골을 넣었다.
2-0.
이탈리아의 결승 진출.
브라질전 3골.
폴란드전 2골.
두 경기에서 다섯 골.
조별리그 세 경기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던 공격수가 토너먼트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득점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결승 상대는 서독이었다.
전반 페널티킥도 놓쳤다
1982년 7월 11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결승 초반 이탈리아에 기회가 왔다.
서독 수비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는 카브리니.
왼발 슈팅.
골문 밖으로 벗어났다.
0-0.
월드컵 결승에서 먼저 앞서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쳤다.
서독 역시 공격했지만 전반에는 골이 나오지 않았다.
하프타임 스코어 0-0.
우승팀은 마지막 45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57분, 다시 로시
후반 12분.
이탈리아가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공이 빠르게 연결됐고 오른쪽에서 클라우디오 젠틸레가 크로스를 올렸다.
로시가 골문 앞에서 뛰어들었다.
헤더.
골.
1-0.
로시의 대회 여섯 번째 득점.
브라질전부터 계산하면 세 경기 연속골이었다.
그 여섯 번째 골은 그대로 대회 득점왕을 결정하는 숫자가 됐다.
타르델리의 질주
후반 24분.
이탈리아가 다시 공격했다.
가에타노 시레아가 앞으로 연결했고 공이 타르델리에게 왔다.
타르델리는 페널티 지역 바깥에서 왼발로 슈팅했다.
공은 골문 오른쪽 아래로 들어갔다.
2-0.
타르델리는 그대로 달렸다.
주먹을 흔들면서 소리를 질렀다.
동료들이 뒤에서 따라왔다.
이 장면은 이후 월드컵 우승 세리머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가 됐다.
골 자체만큼이나 득점 직후 타르델리의 표정과 질주가 오래 남았다.
알토벨리의 세 번째 골
서독은 점수를 따라가기 위해 공격 숫자를 늘렸다.
그만큼 뒤 공간이 생겼다.
후반 36분.
이탈리아가 역습을 시작했다.
브루노 콘티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전진했다.
가운데로 패스.
알레산드로 알토벨리가 골키퍼 하랄트 슈마허를 피해 공을 잡았다.
슛.
3-0.
경기가 사실상 결정됐다.
서독은 2분 뒤 파울 브라이트너가 한 골을 만회했다.
3-1.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종료 휘슬.
이탈리아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40세 주장 디노 조프
월드컵 트로피를 가장 먼저 들어 올린 선수는 주장 디노 조프였다.
당시 나이 40세.
골키퍼로서 대회 내내 이탈리아의 골문을 지켰고, 브라질전 막판에도 결정적인 헤더를 잡아냈다.
이탈리아 대표팀 안에는 세대 차이도 컸다.
18세였던 주세페 베르고미가 있었고, 그보다 21살 이상 많은 조프가 같은 결승전에 출전했다.
젊은 수비수와 40세 골키퍼가 한 팀에서 월드컵 결승을 뛰었다.
마지막에는 주장 조프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로시의 여섯 골
파올로 로시의 1982년 월드컵 기록은 7경기 6골이었다.
특이한 점은 득점 시점이다.
첫 네 경기에서 무득점.
브라질전 3골.
폴란드전 2골.
서독전 1골.
마지막 세 경기에서만 여섯 골이었다.
월드컵 득점왕.
대회 최우수선수 골든볼.
우승.
세 가지를 동시에 가져갔다.
월드컵을 시작할 때만 해도 대표팀 선발 자체가 논쟁거리였던 선수가 대회가 끝날 때는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남았다.
3무로 시작한 팀
이탈리아의 대회 전체 결과를 순서대로 놓으면 변화가 더 선명하다.
폴란드 0-0.
페루 1-1.
카메룬 1-1.
첫 세 경기 3무.
아르헨티나 2-1.
브라질 3-2.
폴란드 2-0.
서독 3-1.
마지막 네 경기 4연승.
대회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완전히 다른 팀처럼 보인다.
첫 조별리그에서는 탈락을 걱정했다.
두 번째 조별리그에서는 디펜딩 챔피언과 우승 후보를 연달아 이겼다.
준결승에서는 무실점.
결승에서는 세 골.
그렇게 세 번째 월드컵 우승에 도착했다.
브라질전이 바꾼 월드컵
1982년 이탈리아를 이야기할 때 결승만큼 많이 등장하는 경기가 브라질전이다.
브라질은 비기기만 해도 올라갈 수 있었다.
경기력도 대회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소크라치스가 골을 넣었고 파우캉도 골을 넣었다.
두 번이나 동점을 만들었다.
그런데 로시가 세 번 골을 넣었다.
당시 경기를 스포츠 하이라이트로 다시 보면 이탈리아가 계속 수비만 한 경기가 아니라는 점도 보인다. 기회가 왔을 때는 빠르게 상대 골문까지 올라갔고, 로시는 페널티 지역 안에서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1982년 7월 11일
후반 57분 로시.
69분 타르델리.
81분 알토벨리.
83분 브라이트너.
최종 스코어 3-1.
이탈리아의 세 번째 월드컵 우승.
1934년.
1938년.
그리고 1982년.
첫 세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팀이 마지막에는 세계 챔피언이 됐다.
그 중심에는 첫 네 경기까지 골이 없었던 공격수가 있었다.
파올로 로시.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은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끝났고, 로시에게는 골든볼과 득점왕이 함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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